[시사매거진 2580 ] 2000여 년 동안 제주도를 지킨 식물이 있다. 백가지의 병을 고쳐주고 백년까지 살 수 있게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 백년초인 이 식물은 제주의 역사와 사람들 삶의 귀한 동반자였다.
백년초의 효능은 줄기, 상업적으로 도용된 다육이선인장을 구별해야
백년초 몸통과 줄기를 때내어 가시를 제거하고 옆으로 포를 뜬 후, 피부질환이나 염증이 난 부위에 부착하면 통증완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민간요법 약재로 사용되었고, 1년에 꽃이 여러 번 피어 관상용으로도 좋아 집 근처에 두고 키우곤 했다.
하지만 강풍과 파도 등의 자연현상과 주택개량, 도로 확장 등 현대화 현상으로 거의 사라지면서 이름은 남아있지만 점점 잊혀 져 갈 때 즈음, 어느 날 부턴가 백년초도 아닌 다육이선인장이 백년초로 둔갑해 만병통치약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중들이 알고 있는 백년초와 실제 백년초가 다른 기이한 현상을 낳았다.
이러한 사실에 분개하고 진짜 ‘백년초’를 알리고자 평생을 바친 백년초박물관 김제국 대표는 2015년 3월 특허청으로부터 줄기 원액제조 방법을 특허 출원하고, 지난 7월18일 국립종자원에는 '제국초'(출원인 김제국)라는 이름으로 품종보호 출원, ‘장영실과학상 전통의학상’ 수상, 한국공업화학회에서 주최한 ‘2017 한국공업화학회 춘계총회 및 학술대회’ 에서 ‘서귀포 백년초의 항당화 및 항균 기능 특성’ 이라는 주제의 연구논문으로 “우수논문상”까지 수상했다.
김 대표는 "백년초의 탁월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백년초 이름으로 유사한 품종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현혹, 판매되어 왔다"면서 "그것은 백년초가 아닌 '다육이선인장'에 불과하며 백년초와 다육이선인장은 잎사귀 크기부터 다르고, 다육이선인장들의 열매는 떨어지면 바로 썩지만, 백년초에서 떨어진 열매는 3주가 지나 잎사귀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백년초의 효능은 열매가 아닌 줄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백년초 줄기는 궤양, 알레르기, 피로, 류머티즘, 항뇨산제, 이뇨제, 숙취해소, 신경보호작용, 전립선비대증에 치료제 역할을 하면서 민속 의학적으로 사용되며 예로부터 다치거나 아픈 곳에 잘게 빻아 붙여 치료를 해오던 민간요법의 생약재로 사용돼 온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백년초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당뇨·성인병에도 탁월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백년초가 아닌 것에 백년초의 효능들을 상업적으로 도용해 판매하고 있는 농가와 기업들이 이제는 백년초가 아님을 인정하고, 진짜 백년초를 판매하길 바란다. 그들도 조상들이 물려준 백년초를 함께 보존해 제주의 관광 특산품으로 키워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와 국민건강을 책임질 백년초, 후손에게 전해야하는 이유
김 대표의 목표는 백년초의 진실만 알리는 것이 아니다. 향후 제주 감귤의 대체작목으로 백년초를 제시하며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는 “보통 감귤은 20kg 박스 하나에 3~5만원에 거래되지만 백년초 잎사귀는 20kg에 20만원 선에 거래 되고 있다. 게다가 백년초는 최근 식품, 제약, 화장품, 제과 업계와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국가가 지원하는 R&D사업도 시작되어 본격적인 생산 활동에 들어갔다”며 “필요한 물량에 비해 재배하는 농가가 부족한 상태다. 제주지역 농가들이 백년초를 재배해 고소득 작물로 육성한다면 국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백년초를 재배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는 “후손을 위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사라져가는 백년초를 평생을 바쳐 지켜온 그의 소망은 어쩌면 국가적 차원의 건강일 수 있다. 좁게는 지역사회의 건강과 번영이지만 결국 이 사회의 건강과 번영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년초박물관에는 멸종 되어가는 것을 보호, 증식하여 약 20만 그루의 백년초 묘종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중 300년 이상 된 백년초도 전시되어 있다. 혹시나 백년초를 아직 모르는 이들이 있다면 역사와 전통, 갖가지 효능과 ‘신분증’ 있는 진짜 ‘백년초’를 백년초박물관에서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