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대만 영화의 도약대 마련
아카데미 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한 중국권을 대표하는 대만 출신의 할리우드 영화감독 리안(李安). 리안 감독의 최신작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少年Pi)’는 그가 최초로 만든 3D 대작영화란 상징성을 뛰어넘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영화는 대만 현지에서 촬영했을 뿐 아니라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와의 협력을 통해 제작함으로써 대만 영화산업의 기술적, 인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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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감독은 1월19일 타이베이(臺北)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조국 대만에 영화인으로서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저의 최신작 ‘라이프 오브 파이’는 대만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결코 촬영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1억2,000만 달러가 투입된 판타지 모험영화인 ‘라이프 오브 파이’는 각종 상을 휩쓸며 대규모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나아가 대만 영화산업의 거대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우뚝 섰다.
기자회견에서 리안 감독은 3D 영화는 지금까지 자신이 제작한 영화 중 개념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가장 도전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4개국에서 모인 영화 제작진 모두가 영화제작을 위해 대만에서 보낸 시간이 실속 있고 즐거웠다고 생각하는 사실에 큰 위안을 얻었다고 밝혔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각국의 전문가들이 매우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대만 영화계 사람들에게 전수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만 영화산업에 노하우와 자신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대부분 장면들이 대만 현지에서 촬영됐다는 점에서 다수 대만인들이 이 작품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주연배우 수라즈 샤르마의 모습을 담은 대부분의 연기 장면은 까오슝(高雄)시에서 제작한 구명보트 위에서 이뤄졌다. 이 구명보트는 대만 중부의 폐쇄된 타이중(臺中) 수이난(水湳)공항에 설치된 대형 파도 수조에 띄워져 풍랑과 함께 표류하는 장면을 구현했다. 샤르마와 함께 구명보트 위에서 표류한 동물들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및 영상효과 회사인 리듬&휴즈 스튜디오스(Rhythm & Hues Studios)가 까요슝에 세운 피어(Pier)-2 아트센터에서 제작해 덧붙였다.
리듬&휴즈 스튜디오스가 이 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리안 감독은 앞서 오랫동안 대만 정부와 리듬&휴즈 스튜디오스에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도록 촉구했다. 이 결과 양측은 2011년 대만에서의 디지털 콘텐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공식적으로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에 따라 리듬&휴즈 스튜디오스는 까오슝 영상효과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대만에서 선발한 1기 인력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는 한편 벤처펀드인 이스트 그랜드 필름스(East Grand Films)를 창설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대만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발전기금에서 무려 2,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스트 그랜드 필름스는 설립 이후 최첨단 영상효과 기술을 대만에 들여왔으며 대만과 할리우드 영화 분야간의 협력을 증진해왔다. 이스트 그랜드 필름스는 나아가 앞으로 6년 이내에 미국의 대형 영화사들과 협력해 최소한 10개의 주목할만한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은 전세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 영화제작의 공급체인에서 대만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계획에서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대만의 중화텔레콤(中華電信)과 리듬&휴즈 스튜디오스가 공동으로 타이베이시에 설립하고 있는 클라우드 애니메이션 영상효과 센터이다. 양측은 2012년 11월 이 협력 안의 양해각서에 조인했는데, 이 센터는 2016년까지 3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수효과 전문가 1,000명을 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발전은 고객 맞춤형 디지털 콘텐트 솔루션을 세계시장에 제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대만 정부는 대만 영화산업의 인프라를 ‘라이프 오브 파이’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침착하게 다룰 수 있는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착실히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대만 영화계가 할리우드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만 영화계가 대규모 작품을 유치하고, 또 보다 높은 명성을 얻도록 할 수 있는 멀고 다양한 노정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서기수 기자